PCBWay
대학생 자작자동차 대회를 불과 일주일 남겨놓았던 지난 2023년 8월 말에, PCBWay Marketing Team에서 스폰서쉽 제안 메일을 받았다. E-Formula 회로도 repo를 보고 연락이 온 듯했다. PCB 프로토타이핑을 무료로 제공해줄 테니 PCBWay의 서비스에 대한 후기를 인터넷에 남겨줄 수 있냐는 취지였다. 메일을 받았을 당시에는 대회가 코앞이라 일단 스킵했는데, 대회 끝나고 술 좀 마시고 생각해 보니 꽤 괜찮은 제안 같았다. 대회가 끝났으니 더 만들 PCB는 없었지만 계획 중이던 모노리스의 PCB를 만들면 되겠다 싶었다. 원래 E-Formula 전기시스템 PCB를 만들 때는 항상 JLCPCB를 사용했었는데, 이 참에 새로운 데서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그 당시에는 모노리스라는 이름도 없었고 아이디어만 구상 중이었을 뿐이라, PCB 설계를 끝내면 다시 메일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9월 23일에 설계를 마치고 메일을 보냈다. 돌아보니 정확히 3주 정도 걸린 듯하다. 그냥 일반 고객처럼 주문을 넣어 견적을 받으면, 결제 전에 정확히 상품 금액만큼의 쿠폰을 받는 방식이었다.
주문
주문 페이지는 여느 PCB 업체 견적 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거버 파일을 업로드해서 자동으로 견적을 내 주는 기능도 있는데, 이 기능을 찾기가 다소 어렵다. Standard PCB 견적 창에서 Quick-order PCB라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글씨를 클릭해야 거버 업로드 화면이 나온다. 기본은 직접 PCB 크기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PCB 옵션은 매우 다양한 편이다. 단면부터 14층 PCB까지 만들 수 있고, 두께도 0.2mm부터 3.2mm까지 제공한다. 사실 우리처럼 취미나 아마추어의 영역에서는 가장 기본인 양면 1.6mm 옵션에서 더 건드릴 것은 없고, 색깔 정도만 선택하면 된다. 색깔 옵션이 정말 다채롭다. 빨노초파보흰검에 무광 하양, 검정까지 지원한다. 나는 검은색을 선택했다. 검은색이 제일 멋지다. 추천한다.
가격은 타 업제보다는 다소 비싼 편이나 배송 옵션은 더 많다. 그리고 크기가 100*100mm 인 PCB 10장은 5달러로 제작할 수 있다. 이 점은 JLC도 동일한데, PCBWay에서는 배송비 3.5달러인 알리익스프레스(!) 스탠다드 배송을 선택할 수 있다. 8.5달러에 2주면 한국으로 온다는 뜻이다. JLCPCB에서는 제일 싼 배송 옵션도 7달러가 조금 넘는다.
즉, 100*100mm 미만의 PCB 10장 미만을 만들 때는 PCBWay가 가능한 가장 싼 선택지이다. 5장을 만들 때는 PCBWay에서는 여전히 5달러고 JLCPCB는 2달러인데, JLC는 배송비가 7달러기 때문에 PCBWay에서 10장 만드는 것보다도 1달러 더 비싸다.
다만 두 업체 모두 100*100mm, 10장을 넘어가면 가격이 확 뛴다. 아마 추측이지만 작은 사이즈는 남은 자투리 구리판에 만들 수 있는 듯 하다. 이 크기를 넘어서면 PCBWay는 가격이 상당히 크게 오른다. 더 큰 PCB를 만들 때나, 비싼 배송으로 급하게 받아야 할 때는 가격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제작
내 모노리스 PCB는 STM32 개발보드 PCB가 그 위에 헤더핀으로 장착되기 때문에 크기를 100100 미만으로 줄일 수가 없는 구조였다. 144130mm 크기로, 10장 제작에 51달러의 비용이 나왔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PCBWay에서 무료로 프로토타이핑 서비스를 제공해 주셨다.
신기한 점은 주문하고 나면 배송되기까지의 모든 공정이 실시간으로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 단위로 PCB 제작에 필요한 모든 공정의 완료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약 15개 정도의 공정이 있는데, 주문 넣고 3일만에 제작이 완료되었다. 24시간 공장이 돌아가는 듯하다. 대량 양산하는 제품도 아니고 개인이 10개 안팎의 극소량을 커스텀해서 주문하는데 3일만에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배송
배송 옵션은 SF Express를 택했고, 받아보는 데까지 정확히 일주일 걸렸다.
배송은 이렇게 생긴 종이 상자에 진공포장된 뽁뽁이 속에 담겨서 온다.
PCB 자체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설계와 다른 것도 없고 실크스크린도 깔끔하다. PCB 좌측 하단에 작은 글씨로 내 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고 그 밑에 더 작은 글씨로 GitHub 주소가 적혀 있는데, 돋보기로 봐야 알아볼 만큼 작은 글씨임에도 확실히 읽을 수 있을 만큼 실크스크린이 깔끔하고 정확하다. PCB 솔더 마스크(검은색 부분)은 JLC의 것보다 조금 더 번쩍거리는 유광이다. 그 외에 테두리 컷팅 마감이나 비아홀, 스루홀 등도 전혀 문제 없다.
프로젝트 커뮤니티
또 한 가지 신기한 점은 PCB 제작 사이트인데 커뮤니티 기능이 있다는 점이다. 자기가 만든 PCB를 커뮤니티에 올리고 공유할 수 있다. 실제로 가보면 다양한 프로젝트가 공유되어 있다. 이렇게 남이 올린 프로젝트의 PCB는 내가 그대로 주문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내가 공유한 PCB를 다른 사람이 그대로 주문할 경우, 올린 사람에게 PCBWay에서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이 포인트를 모아서 다음 주문에 사용하거나 자체 샵에서 DIY 관련 물건을 사는 데 쓸 수 있다. 내가 올린 설계를 사람들이 많이 주문할수록 나에게 이득이 많이 돌아오는 시스템이다. 가구 인테리어 사이트도 아니고 공대 냄새 폴폴 나는 PCB 제작 업체에서 이런 참신한 시스템을 도입한 점은 확실히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요약
선택할 수 있는 PCB 제작 옵션과 배송 옵션이 다양하고 구체적인 제작 진행 상황을 알 수 있으며, 주문을 넣으면 엔지니어가 거의 실시간으로 대응해준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작 퀄리티가 매우 훌륭하다. 부차적으로 커뮤니티에서 조금씩 포인트를 모아 다음 주문 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소셜미디어 연동 같은 걸 하면 몇 달러짜리 쿠폰을 주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100*100mm 미만 크기의 PCB 10장 미만을 제작할 때는 현존하는 가장 저렴한 선택지이다. 다만 그보다 큰 PCB를 제작할 때에는 가격이 상당히 큰 폭으로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다.
PCB까지 직접 제작해야 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그리 흔치 않은 편인데, 우연히 좋은 기회를 얻어 편리하게 PCB 프로토타이핑을 진행할 수 있었다. 좋은 제안과 PCB를 제공해주신 PCBWay 측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