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빔라인이 보이는 레이저포인터가 갖고 싶어서 50mW 출력의 별지시기를 산 적이 있었다.
영롱한 초록빛을 내는 530nm 파장의 제일 흔한 레이저포인터이다. 그런데 좀 험하게 쓰고 몇 번 떨어뜨리니 광축이 틀어진 건지, 빔 집광이 되지 않았다.
고작 10m 앞에 쐈을 뿐인데 집광이 전혀 되지 않고 지름이 10cm는 되는 원이 생긴다. 빔을 자세히 보니 레이저포인터 10cm 앞부분에서 초점이 모이고 그 뒤로 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점이 너무 앞에 잡혀서 더 멀리 나가면 점점 빛이 퍼지는 것이니, 오목렌즈를 이용해서 초점을 좀 멀리 이동시켜주면 괜찮아질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레이저포인터 앞에 끼울만한, 직경 10mm정도의 오목렌즈를 구할 수가 없었다. 시중에서 파는 오목렌즈는 제일 작은 것도 직경이 30mm는 됐다. 그래서 그냥 안경 렌즈를 깎기로 했다. 렌즈가 유리가 아니니 가공하기도 쉽고 마침 집에 남는 안경렌즈를 앞에 대고 쏴 보니 딱 알맞게 빛이 퍼졌다.
처음엔 렌즈를 들고 근처 가까운 안경점에 찾아가서 이걸 10mm짜리 원으로 좀 깎아주실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그런 사이즈는 기계가 인식을 못 해서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다 한 안경점에 갔더니 주인 아저씨께서 하시는 말씀이..
“아 당연하지, 기계로는 못 깎아. 요즘 것들은 기계로만 깎아서 못 하는데 우리땐 손으로도 다 깎았거든.”
라고 하시면서 커터칼을 들고 슥슥 깎아 주시는게 아닌가. 보기에 어렵지 않아 보였으니 다치지 않게 조심하면 직접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유의할 점은 안경 렌즈의 굴절률이 렌즈 각 지점에서 모두 다르므로, 깎기 전에 필요한 부분을 정해놓고 잘라야 한다는 것이다.
레이저포인터 앞 뚜껑을 빼서 그 안에 깎은 안경 렌즈를 넣고 닫아 준다.
좌측은 렌즈 삽입 전, 우측이 렌즈 삽입 후이다. 확연히 빔 두께가 좁아졌음을 알 수 있다. 시력교정술 중 렌즈삽입술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빔을 쏜 아파트는 아직 건축중인 사람 없는 아파트임을 밝혀 둔다.
셔터스피드를 오래 주어 장노출로 교정된 빔을 찍어 보았다.